작성일 : 21-03-03 09:05
화란춘성(花爛春城)-침묵하는 봄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02  

화란춘성(花爛春)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자던 유산가(遊山歌)’

봄은 절대 와서는 안 되었다.

미증유(未曾有)의 시간은 사람만 놀란 게 아니다.

요란한 꽃 잔치로 산천을 물들이던 초목도,

사람을 모으기 위해 파종하고 정성들여 피워놓은 꽃들도

사람들이 보러 올까봐 갈아엎어 뭉개고-

 

늘 거대한 것은 공포와 위협의 대상이었다.

태풍 지진 쓰나미 산불

커다란 구조물이나 형태에도 때로는 위압을 느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시적인 것들에

위협을 당하기 시작했다.

메르스와 사스를 겪으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이 느껴지고

봄철의 황사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미세먼지에

급기야 코로나19...

 

코로나19는 생활패턴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역시 멀어지고 SNS를 통 하여는

결코 따스함이 전달될 수가 없으나 사회관계망의 유지를 위해서

수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한다.

회의나 모임 종교행사까지 멈춤

모두 자기만의 생활공간에서 혹여 감염이 되거나 감염 시키거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거리두기를 택한다.

작업하기에는 최적의 시간이 되었다.

누구도 불러내지 않고 누구를 불러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파릇한 싹이 돋았다 한들 설레어서도 안되고 창밖으로 만개한 꽃가지가 한들거려도 마음을 동여매어 침묵해야한다.

즐기지 못하는 꽃들이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가정신 운운하며 고민했던 일들이 멈춤의 시간을 맞으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세상의 전부 같던 것들이 별게 아니고 무심했던 소소한 것들이 귀하게 다가왔다.

작업이 달라졌다. 굵은 붓질보다 가늘고 고운 터치가 많아지다 보니 형태가 작아졌다. 가두어놓은 몸과 마음의 무게를 색으로 훨훨 풀어내고 나니 온 천지가 꽃밭이 되었다.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도화만발 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침묵하는 봄에 피워낸 꽃으로 이제 모두를 만나고 싶다.

 

2020. 5. 18

해드는 작업실에서 김 현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