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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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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관념의 정원에 핀 사유의 꽃 > > 꽃은 흐드러지고 풀은 우거져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작가 김현숙의 화면은 갖가지 기화요초들이 색을 숨기고 모양을 흩뜨리며 갖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정녕 형상은 지니고 있으나 객관의 자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굳이 꽃의 이름을 묻고 풀의 생태를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지 모를 아련하고 아스라한 감성을 내재하고 있는 익명의 정원이며, 생태의 객관을 제거하고 관념의 주관으로 재구성한 자신만의 자연이다. 작가의 정원은 극히 정적인 질서 속에서 은밀한 조형적 소통을 통해 생장을 거듭하며 스스로 풍부해지고 절로 조화를 이루어낸다. 그것은 일종의 유기체적인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혼돈과 미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질서이자 합리를 초월하는 관념으로 이루어진 이상의 뜰이다. 꽃이 피고 벌, 나비가 노니는 작가의 뜰은 다변하지만 번잡스럽지 않고, 정적이지만 경직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피고 짐의 반복을 통하여 풍요로워지는 생태의 자연이 아니라 관념 속에서 내밀하게 피어나는 이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 작가의 정원은 빛은 물론 형상마저 배제한 채 은둔하고 침잠하는 공간이다. 작가가 즐겨 차용하고 있는 화면의 뒷부분에서 색채를 더하고 행위를 가하여 화면 앞으로 배어나오게 하는 작업 방식은 일종의 배채(背彩)와도 같은 방법이다. 이는 모필의 현란하고 섬세한 표현력을 제한하고 은근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상의 생태적 특징의 묘사나 재현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작가의 의도와 잘 부합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철저히 평면성을 견지하며 은밀하게 드러나는 형상들은 그리고 표현하는 작위의 흔적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흔적들에서 파생되는 무작위적인 내용들을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평면성은 육안에 의한 합리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에 의한 사변을 표출해낸다. 꽃이 흐드러지고 풀들이 어우러지는 작가의 정원이 당초 관념의 이상을 지향하고 있기에 이러한 평면성은 그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꽃은 향기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작가의 정원은 그윽한 관념으로 보는 이를 이끈다. 그 정원은 눈으로 확인하는 가시의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감고 느끼며 소요하는 가운데 더욱 깊고 풍부해지는 사유와 사색의 공간이라 할 것이다. > 수용성 안료 특유의 번짐과 스밈의 특성을 적절히, 또 효과적으로 응용하여 드러내는 형상들은 견고한 실(實)의 모양을 지니고 있으나 그 본질은 일종의 허(虛)의 공간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성에 순응하면서 그것이 이루어내는 제반의 현상들을 아울러 조형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일 것이다. 작가가 작위하고 경영하며 구축해내는 허의 형상들은 때로는 구체적인 형상성을 통해 화면을 아우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여백과도 같이 또 다른 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작위와 무작위를 넘나들며 다양한 변용과 해석의 여지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위를 통해 무작위를 구축하고, 실을 통해 허의 공간을 연출해 내는 작가의 작업은 이성에 작용하는 합리가 아니라 감성에 의탁함으로써 더욱 풍부해진다. 이는 재료와 표현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작가의 조형관으로 동양적 사유와 일정한 연계를 지니고 있음이 여실하다. > 객관적인 자연이 지니고 있는 대상에서 일정한 이미지를 취하고, 이를 작가의 감성에 의해 가공되고 조형의지에 의해 표현되는 주관화 과정을 통해 개성은 발현되게 마련이다. 안료의 수용성과 침투성을 바탕으로 화면의 기저를 구축하고, 이에 견고한 형상미를 지닌 이미지를 더함으로써 작가의 작업은 완성된다. 재료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침투성과 방수성이라는 상이한 성질, 그리고 배채를 통한 은유적인 이미지의 구축과 분명하고 명확한 이미지의 중첩은 기본적으로 대비와 충돌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와 충돌은 물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것은 어쩌면 이러한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의 전개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것은 닮음과 닮지 않음으로 대변되는 이성과 관념, 드러남과 숨겨짐으로 표현되는 허와 실의 관계이다. 작가는 드러나는 실의 형상들을 통해 은닉된 허의 공간을 표출하고, 허의 공간을 표현함으로써 실을 더욱 풍부하고 다변한 공간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 특히 근작에 들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이러한 대비의 강조와 확장은 작가의 작업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 올리고 있음이 여실하다. 그것은 이전의 작업들이 한국화, 혹은 전통회화로서 응당 지녀야 할 덕목들에 대한 일정한 의식이 전제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이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이는 더욱 내밀한 주관화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공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지만 재료에 대한 개방과 표현에 있어서의 적극성은 근작에 들어 여실히 드러나는 바이다. 그것은 보다 자유롭고 여유로우며 분방한 형태로 표출되며 새로운 공간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보인다. 함축적인 상징성은 더욱 심화되고 견고한 형상성을 지닌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조형성은 더욱 내밀해짐이 두드러지는 신작들은 작가의 새로운 이정을 알리는 것이라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의 관심이 단순히 꽃과 자연 등과 같은 생태에 대한 관심이나 재료적 특이성을 통한 기능의 발휘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작가는 형상 재현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수묵이나 한지 등 동양회화의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재료의 개방과 표현의 확대를 이루어 냄으로써 조형의 고루하고 경직된 질곡을 타개할 수 있는 통로도 확보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점진적인 것이지만 작가가 근작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그것은 전통적 가치에 함몰되거나 재료적 한계, 혹은 특질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공을 충실히 반영하며 자신의 내밀한 관념의 뜰을 더욱 그윽하고 울창하게 가꿔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조형을 통해 발현되겠지만 그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사유에 의해 살찌워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현대미술이라는 다양하고 자극적인 현실에서, 그리고 침체의 질곡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화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작가의 새로운 이정은 충분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는 바로 이러한 첨예한 가치와 모순적인 이해가 상충하는 민감한 접점에서 분명한 자기중심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만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되지만 꾸준하고 점진적으로 스스로의 지향에 접근해 가며 그 성과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작가 스스로의 분발과 이를 지켜볼 수 있는 긍정의 여유일 것이다. > > 글│김상철 (월간미술세계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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